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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의 법칙

티가세 2006. 8. 14. 14:38
깨진 유리창의 법칙

- 중앙일보 김종수 논설위원 -



제과점 앞을 지나던 불량배가 유리창을 깼다.

가게 주인은 놀라 달려나갔지만 불량배는 달아났고,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주인은 깨진 유리창을 종이로 적당히 가리고 그냥 넘어갔다.

얼마 후 가게 앞엔 쓰레기가 쌓이고, 벽에 낙서가 생겼다.

그러자 손님들이 점차 줄더니, 제과점 주변은 어느새 불량배들의 싸움판이 됐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이 같은 도시범죄의 증폭 현상에 주목하고 1982년 '깨진 유리창'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건물 주인이 깨진 유리창과 같은 사소한 피해를 방치하면 절도나 폭력 같은 더 큰 강력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을 본 사람들은 건물주가 건물을 포기했다는 인상을 갖게 되고, 시간이 가면서 이곳이 점차 '무법천지'라는 인식을 굳히게 되기 때문이다.

작은 무질서와 하찮은 범죄를 가볍게 여기면 심각한 범죄로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홍보와 마케팅 전문가인 마이클 레빈은 이 이론을 경영학에 응용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고안했다.

기업이 사소한 실수와 미비점을 방치하면 예기치 않은 손실과 치명적인 경영실패를 부른다는 것이다.

칠이 벗겨진 매장 벽, 더러운 화장실, 한 명의 불친절한 직원 등 작고 사소한 기업의 실수를 방치하면 결국 거대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범죄학이든 경영학이든 '깨진 유리창'은 바로바로 손봐야 한다는 메시지다.

경제학에선 일찍이 19세기 중반에 깨진 유리창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프랑스 국가재건위원이었던 생샤망(1777~1861)은 유리창을 갈아 끼우면 빵 가게 주인은 손해를 보겠지만 유리가게 주인이 그만큼 덕을 보기 때문에 국민경제적 손실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심지어 유리가게 주인의 지출로 새로운 소득이 창출되기 때문에 유리창을 깨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자유주의 경제학자 클로드 프레데릭 바스티아(1801~1850)는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다면 그 돈을 다른 데 썼을 것이기 때문에 유리가게 주인의 이득은, 다른 업자의 기회손실에 불과하다고 논박했다.

국민경제 전체로는 소득이 더 늘지 않고, 깨진 유리창만큼 국부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결국 파괴를 통해 부가 창출된다는 주장은 이른바 '깨진 유리창의 오류'에 빠진 허구라는 것이다.


 


 
책 소개 - '깨진 유리창 법칙'



저자는 깨진 유리창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떻게 그리고 왜 발생하는가, 또 앞으로 깨진 유리창을 예방하고 수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보여준다.

실제로 성공한 기업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깨진 유리창을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수리하는가가 경쟁력의 관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은 사소한 개선점을 찾아 실행하면서 100+1=200이 되는 결과를 창출한다.

그렇다면 깨진 유리창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1. 사소한 곳에서 발생하며 예방이 쉽지 않다.
2.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소홀하게 대응한다.
3. 문제가 커진 후 치료하려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4. 투명테이프로 숨기려 해도 여전히 보인다.
5. 제대로 수리하면 큰 보상을 가져다준다.

깨진 유리창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수없이 존재한다. 동료나 상사, 혹은 거래처와 일하다 보면 사소한 말실수나 행동으로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결국 누구나 '깨진 유리창'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

목차

깨진 유리창 예방 서약
나의 깨진 유리창 점검하기
역자의 글 : 왜 '깨진 유리창'에 주목해야 하는가
저자의 글 : 더러운 화장실이 비즈니스를 망친다

01 깨진 유리창의 숨겨진 힘을 찾아서
빨간 불에 길 건너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면 강도도 막을 수 없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식당은 음식도 맛이 없다
정치인은 왜 이미지 관리에 신경쓰는가
Lesson 부정적인 인식을 막아라

02 강자도 쓰러질 수 있다
K마트에 가면 왜 짜증이 날까
오만한 경영자의 최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차이...


마이클 레빈 (Michael Levine) 지음
김민주, 이영숙 옮김
200쪽, 10,000원, 흐름출판



이 책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처럼 '하나가 깨지면 모든 것이 깨질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을 기업경영과 조직관리에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의 성공전략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자'라는 쪽이었다면 책은 기존의 이론을 뒤엎는다.
다 잘 해도 1%의 사소한 불만이 있다면 고객은 냉정하게 떠나버린다는 것.
 산술적으로 100-1=99라는 등식이 성립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100-1=0이라는 설명이다.


 
 
 
♡ 다시 시작합시다! ♡



나는 아내와 쇼핑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호텔 식당에 들어갔다.
직원들 모두 웃는 얼굴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아내는 고기야채 볶음요리를 주문했고, 거기서 그날의 사연은 시작됐다.

주문한 음식이 날라오고 먹음직스런 표정으로 포크를 집은 아내는 순간 짧은 감탄사를 냈다. 음식 한가운데에 고무장갑의 잘려진 손가락 부분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장 웨이트리스를 불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웨이트리스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음식 접시를 주방으로 도로 가져갔다.
그리곤 1분도 되지 않아서 지배인과 함께 돌아왔다.

"손님, 저희가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정중하게 사과하는 지배인 앞에서 나는 충분히 사과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지배인은 가지 않고 옆에 계속 서 있는 것이었다.

"저희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십시요."

지배인은 직원들을 향해 계속 말을 이었다.
"식탁에 있는 것을 몽땅 다 치워라."

그러자 웨이트리스는 숟가락과 술잔과 음식은 물론, 식탁보까지 모두 걷어갔다.
그 때 지배인이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자, 지금 있었던 일을 모두 잊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새로운 식탁보가 씌워지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 음식이 나오고, 짙은 자줏빛 포도주까지 날라져 왔다. 우리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점심 식사를 했다. 음식값마저 받지 않았다.

작은 실수를 최고의 서비스 정신으로 만회한 지배인과 직원들에게 나는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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