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이 나를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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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을까?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한 여성은 옷을 입는 데 몇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양 손이 따로따로 노는 이른바 외계인 손 증후군(Alien Hand Syndrome)이다.
인간의 뇌는 좌반구와 우반구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왼쪽 뇌는 몸통의 오른쪽 부분을, 오른쪽 뇌는 몸통의 왼쪽 부분을 맡고 있다. 또한 왼쪽 뇌는 언어기능을, 오른 쪽 뇌는 공간의식을 담당하고 있다.
외계인 손 신드롬은 분할뇌 수술이 주요 원인

분할뇌 환자 가운데에는 자신의 손인데도 불구하고 그 손을 자신이 통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인데 자기 몸에 붙어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손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움직이기도 한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정도가 아니라 본인을 공격하는 경우마저 있다. 이것이 외계인 손 증후군인 것이다.
외계인의 손 증후군은 환자가 자신의 손이 자체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희귀한 질병이다. 환자들은 겉보기에는 멀쩡한 자신의 손이지만 그것을 본인의 의사로 통제하지를 못한다. 자신의 손 임에도 다른 사람이나 존재에 의해 지배되듯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외계인의 손이 자신의 주의를 끌기 전까지는 그것이 혼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가령 단추를 채우는 간단한 작업을 시켜보면 오른손은 단추를 채우려고 한다. 하지만 왼손은 단추 채우는 것을 도와주지도 않는다. 어떤 때는 마음먹고 방해까지 하는 경우마저 있다. 이러다 두 손은 서로 엉켜 싸우기까지 한다.
어떤 분할뇌 환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자기로서는 잡으려고 하지 않는 물건을 왼손이 제멋대로 잡아버린다. 그래서 오른손으로 멋대로 움직이는 왼손을 잡아당기고 있다. 때로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왼손에 화가 나서 오른손으로 왼손을 찰싹 때려주는 경우도 있다."
외계인의 손이 목을 조르기도 한다
이 처럼 양손이 따로따로 놀며 대립하는 현상을 "양손간의 대립(intermanual conflict)"라고 부른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일반적으로는 왼손은 우뇌가 지배하고 오른손은 좌뇌가 지배한다. 좌뇌에는 논리적인 사고의 능력이 있어서 좌우의 활동을 통합하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보통사람에서는 위와 같은 일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
그러나 분할뇌 환자의 경우에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왼손과 그것을 의식적으로 억제하는 오른손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의식의 결과가 동시에 나타나 버린다. 통합할 조정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위와 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이안 스티븐슨이란 심리학자가 소개하고 있는 사례는 충격적이다. 이 사례에 소개된 여성은 왼쪽 전두엽이 충격을 받아 뇌의 좌우반구사이의 연결이 끊어졌다고 한다.
내가 자리에 앉아서 그 여자에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는 두려운 표정으로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 보았다. “세상에, 또 시작이네.”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할퀸 상처가 난 오른 손으로 목을 잡아 뒤로 젖혔다, 그녀는 왼손으로 그 손을 떨쳐내려고 했으나 그 손은 더 힘이 셌다. 그리고 그 손은 옷깃을 잡아 목이 조이도록 비틀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그 손을 밀쳐내려고 애를 썼다
하느님이 모든 것을 하시고 계십니다
이는 좌반구의 잘못된 명령에 따른 행동이 오른쪽 전두엽에 의해 억제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여성에게 그 손은 외계인이지 더 이상 그녀의 손이 아닌 것이다. 외계인의 손 증후군의 환자들은 자신의 손을 다른 존재나 사람이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는 존재의 구체적인 이름을 거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외계인 손 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 신앙심 깊은 여성에게 누가 당신의 그 손을 통제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하느님이 모든 것을 하고 계심에 틀림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환자들 가운데에는 외계인의 손에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과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간주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한 환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오른손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라이트를 꺼내 불을 붙이려는 순간, 갑자기 왼손이 담배를 입에서 빼내더니 옆으로 던져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환자가 말했다. “그는 내가 담배를 피우지 말기를 원하나 봅니다”
외계인의 손 신드롬이 분할뇌 환자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뇌가 손상되거나 특정 부분이 감염된 사람에게서도 발견되기도 한다. 두정엽의 앞쪽에 있는 운동을 관리하는 보충운동피질이 손상을 입은 사람에게서도 나타난다. 한 수술에서 우연히 이 부분이 눌러져 그 기능이 일시 억제되었다. 그 때 환자는 뇌가 완전하게 회복될 때까지의 수 시간 동안 외계인 손 신드롬에 시달렸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외계인 손 신드롬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경우는 뇌분할 환자이다.
외계인의 손 신드름은 우리에게 많은 의문을 던져준다. 가장 큰 의문이라면 도대체 어디까지 자기라고 볼 수있느냐는 문제이다. 우리는 자신의 피부를 경계로 자신과 바깥세계를 구분한다, 피부 안쪽은 자기이며 그 바깥 쪽은 다른 세계라는 식이다. 하지만 외계인의 손 신드롬 환자들은 이러한 구분이 절대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