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퇴사
노인의 퇴사
긴 세월, 어느덧 내 나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상장사에서 일한 지 1년, 그것도 이제 끝이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인생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찰나 같다는 사실이다. 회사에서의 그 작은 상자 속 세계가 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사실 그 속에서 나의 자리는 너무나도 작았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처음 이 회사에 발을 들였을 때, 마치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나도 그곳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젊은 날의 패기와는 또 다른, 묵묵히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는 일상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로든 도전이었다. 하루하루를 채워가며 나의 가치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점차 무겁게 다가왔다. 나이를 먹어가며, 그동안 나는 '이곳'에 맞추어 살아왔고, 또 그곳도 나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결국 이 무거운 시간이 끝나는 순간이 왔다. 퇴사의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도, 회사도 서로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이제 나의 시간은 내 것이 되어 돌아온다. 이제 더 이상 나를 속박하는 규칙과 시선들에 얽매이지 않고, 그동안 미뤄왔던 나만의 시간을 살아가려 한다. 한편으로는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이, 또 한편으로는 그곳에서의 흔적들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나면, 결국 무엇이 남을까. 그것은 내가 일했던 그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에 남겨둔 흔적들이다. 그 흔적들이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내가 떠나는 자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롯이 나만의 자리일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내 자신을 두고, 다시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 끝내 내가 걸어온 길이 의미 있는 길이었음을 알게 되리라 믿으며.